[테마관광] 역사·문화관광 코스
대전에 역사적 가치가 풍성한 여행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인지 대전의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길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모르고 있던 풍경을 담을 수 있기에 마치 대대손손 물려받은 보물섬 지도를 발견해 진짜 보물을 찾아나서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가는 곳마다 한 폭의 수묵화를 만날 수 있으니 어쩌면 이것이 내가 찾은 최고의 보물이란 생각도 든다.
- 우암사적공원
- 동춘당
- 계족산성
- 뿌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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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를 수놓은 우암사적공원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기 위한 첫 번째 여행지는 우암사적공원
우암사적공원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정신과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역사문화 공원이다.
송시열 선생은 조선왕조실록에 3천번이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인이었으며 동시에 학문적 경지가 중국의 맹자, 공자와 같이 높다 하여 후일 송자(宋子)라 칭해진 조선후기 성리학의 대가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의 삶과 그가 추구한 시대정신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여행의 의미를 더하는 길. 때문에 우암사적공원에 방문한다면, 먼저 유물관에 들러 이 곳에 깃든 역사적 가치에 대해 배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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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사적공원 내 남간정사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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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사적공원 연못과 덕포루
우암사적공원은 송시열 선생이 노년에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인 ‘남간정사’를 중심으로 조성됐다.
그래서인지 이 공원을 둘러보면 조선시대 선비들의 배움터라는 부분이 큰 테마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옛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공부방을 비롯해 정신을 수양하며 산책했던 연못과 누각 등이 잘 재현돼 있는데, 특이한 점은 우리가 흔히 고궁을 방문했을 때 볼 수 있는 화려한 단청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나무 본연의 색과 결이 살아있어 다른 문화유적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남간정사’는 숲이 우겨진 골짜기에 위치해 목조고택과 청록의 조화가 절묘하다. 이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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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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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의 설명을 듣는 中
공원답게 가족끼리, 연인끼리 또는 동료끼리 도란도란 산책 겸 휴식을 할 수 있는 우암사적공원.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가졌다면, 동춘당으로 이동해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을 엿보는 기회를 꼭 갖길 바란다.
동춘당에도 우암 송시열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어 연결된 이동경로가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대전의 역사유적지의 해설을 듣고 싶다면?
대전광역시 관광협회에서 신청! ☎ 042-226-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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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새의 날개짓을 담은 집, 동춘당
동춘당은 우암사적공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다.
이 곳은 우암과 함께 조선 성리학의 대가로 손 꼽히는 송준길 선생이 머물던 별당건물로 보물 209호에 지정된 유서 깊은 장소이다.
아마도 처음 동춘당이 들어섰던 시절엔 동네 전체가 한가로운 풍경이었겠지만 지금은 현대화된 건물과 아파트가 이 곳을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동춘당 대문을 여는 순간, 마치 갑자기 조선시대로 순간이동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빠르게 변해온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옛모습 그대로 보존된 고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
그만큼 잘 보존된 그 모습을 잘 보고 있자니 한가지 의문이 스쳤다. 송준길 선생이 효종의 스승이었던 점을 생각해볼 때 아무리 별당이라고 해도 그 모양새가 당시 명성에 비해 너무 소박한 것이다.
그 부분이 의아하다 여기고 있는데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춘당의 모양을 잘 들여다보면 마치 한 마리의 새가 연상된다’는 말을 전한다. 지붕은 새의 머리와 날개이며, 모서리의 기둥은 새의 다리, 기둥이 얹어진 석축은 새의 발이라고 한다.
동춘당이 주로 토론의 장으로 활용된 공간이란 점을 감안할 때 한 마리 새가 비상하듯 건물을 지은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화려하지 않되 건물 하나에도 그 안에 깊은 의미를 담아낸 송준길 선생의 인품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곳의 또 다른 감상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현판이다.
특히 앞서 우암사적공원을 들린 방문객이라면 이 현판에서 송시열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현판 속 문장을 짓고 글씨를 쓴 이가 송시열 선생이기 때문이다. 먼 친척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동지로 의지했던 송준길 선생에 대한 송시열 선생의 깊은 애정과 곧게 살았던 그의 기세를 현판에 새겨진 글씨에서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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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 전경 (대한민국 보물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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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 현판 (대한민국 보물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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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전략적 요충지, 계족산성에 오르다.
목조건축과 자연이 담긴 수묵화 연작을 감상했으니 다음으로는 계족산성에서 대전 시내 전체가 병풍처럼 펼쳐진 그림을 감상할 차례. 삼국시대의 산성인 계족산성은 대전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여기에 ‘힐링’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산 정상을 둘러싼 테뫼형 산성이기에 계족산성의 모습을 보기 위해선 조금 발품이 필요하다.
사실 처음에 계족산 황톳길을 따라 완만히 오를 때는 몰랐는데 마지막 500M를 남긴 지점에서부터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다 보니 삼국시대에 이 높은 곳에 이런 산성을 지은 선조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이렇게 촘촘히 길게 펼쳐진 산성을 이 꼭대기에 어떻게 만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조상들의 땀과 열정이 이곳에 서려있는지 생각해본다.
가장 완만하다는 코스로 한 40여분 간 걸어 계족산성 위에 올라서면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산길을 따라 지어져 곡선미가 아름다운 산성과 탁 트인 전망은 누구라도 당장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은 광경.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은지 때마침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어 멀리 부산에서부터 이 곳을 찾아오신 어르신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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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성 성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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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성 너머로 보이는 대전시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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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찾아 떠나는 힐링여행, 뿌리공원
조상들의 삶과 멋을 따라다니며 자연 속에서 재충전하는 여행의 백미는 뿌리공원에 있다.
뿌리공원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세계최초의 ‘성’씨 관련 테마공원. 역사유적지는 아니지만 나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0여개가 넘는 성씨 관련 조형물이 장관인데, 자신의 이름 앞에 주어진 성씨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전해 내려오게 됐는지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성씨를 찾아서 공원 내 이곳 저곳을 누비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또, 뿌리 공원 내에는 족보 박물관이 있어 족보의 체계와 역사에 대한 배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족보 박물관은 족보라는 개념에 익숙한 한국인들보다는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큰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실제로 일본에서 오래 유학했다는 한 방문객은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꼭 족보박물관을 가장 처음 소개한단다.
족보박물관과 뿌리공원을 보면 한국의 전통과 사상에 대해 그 어느 곳보다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뿌리공원은 성씨문화와 ‘효’사상 등 우리 역사와 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는 훌륭한 역사현장 학습장이다.
그리고 더불어 자연 속에 마련된 좋은 쉼터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 공원 맞은편으로 유등천이 흐르고 있어 곳곳에 마련된 팔각정에서 다리를 뻗고 강줄기가 흐르는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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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공원 내 성씨조형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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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공원을 산책중인 모녀
여행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다.
조상들의 숨결을 찾아 떠난 이 여행은 당일치기 일정보다는 1박이나 2박 코스로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쉽고 빠름에 익숙한 현대인들을 위한 곳이라기 보단 느림의 미학이 숨겨진 곳들이기에 천천히 둘러보고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특히 계족산성은 산 정상까지 올라야 하기에 등산을 위한 가벼운 옷차림과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필수이다.
여유를 가지고 떠난다면 우암사적공원에서 동춘당, 계족산성, 뿌리공원으로 이어지는 이번 여행길은 대전에 남아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그림 같은 자연풍경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