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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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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지금

이야기가 있는 여행코스를 알려드립니다 스토리텔링 코스

도시여행자라면 대전이쥬

나팔바지를 입은 ‘옛날 사람’이 어울릴 법한 그 곳을, 슬랙스 차림의 ‘요즘 애들’이 걷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지워진 곳. 대전의 대흥동에 가보려 합니다.

  1.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2. 갤러리
  3. 카페
  4. 소극장
  5. 성심당
  6. 소제동 철도관사촌
  7. 목척교 커플브리지

스토리텔링

여행준비

이방인처럼 다른 도시를 헤매기로 했다면, 차려입을 것도 신경쓸 것도 별로 없습니다. 대신 오늘은 사진을 많이 찍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DSLR도 꺼내 들었습니다. 낯설고 정겨운 골목골목을 그냥 놔두고 올 수는 없죠.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가벼운 배낭을 두르니 제법 도시여행자 티가 나네요.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 관사촌까지

동광장 서광장. 다른 도시에 도착했다는 첫 시그널이죠. 스마트폰도 좋지만 이럴 때는 지역사람에게 묻는 게 가장 빠릅니다. “서광장으로 나가서 그대로 직진해도 돼고, 지하상가를 쭉 걸어가도 나와요.” 20분이면 걷기에 괜찮은 거리네요.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설까 합니다. 역사에는 아직도 가락국수집이 남아있네요. 대전역은 1980년대 호남선과 경부선의 유일한 환승지점이었습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환승시간에 승객의 허기를 뜨뜻하게 달래준 식사였다지요. 고명이라고는 고춧가루 몇 알과 마른 생김 뿐이었지만, 오로지 기차를 탈 때만 먹을 수 있었던 국수였으니 요새로 따지면 기내식과 다름없었네요. 저도 후루룩 한 술을 뜨고 지하상가로 내려갑니다

코스 소개

로컬 예술가들의 성지

대전의 관문이자 명물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죠. 지금 걷고 있는 지하상가 말입니다. 대전역부터 시작해 지하철 중앙로역, 중구청역까지 이어져있는데요. 지금은 2개의 지하상가(역전지하도상가, 중앙로지하상가)가 목척교를 사이에 두고 분리돼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사업이 곧 진행된다고 합니다. 1,000여 개의 상점가를 유혹 없이 빠져나가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네요.

중앙로역과 중구청역 사이에 오늘 최종 목적지인 대흥동이 있습니다. 출구가 너무 많아서 여행자라면 길을 헤맬지도 모릅니다. 대전 사람들은 ‘그 근방’ 어디로 나가도 찾을 수 있지만 초짜인 우리는 중앙로역 3번 출구로 걸어 나가보겠습니다. 여기부터 오른쪽 블록은 모두 대흥동 일대예요.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든 맘껏 헤맬 준비만 하면 됩니다.

오늘은 콕 찍어둔 맛집도, 눈여겨 둔 카페도 없습니다. 그저 걸어볼 생각인데요. 걷다가 만나는 무엇이든 눈과귀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으려고 합니다. 500m쯤 걸으면 건너편으로 성심당 케익 부띠끄가 보입니다. 저편으로 건너가면 은행동이에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대흥동과 은행동 상점가 일대는 대전 원도심의 쌍두마차 격인데요. 은행동이 중·고등 학생들의 천국이라면 지금 향하는 대흥동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놀이터에 가깝죠. 은행동에 성심당과 스카이로드가 있다면 대흥동에는 갤러리, 필방, 소극장이 있습니다. 상점들의 성격이 대비되는 것도 재밌습니다. 은행동에는 값싼 분식과 길거리 간식, 프랜차이즈 카페, 재미있는 로드샵들이 즐비해 있는데요. 대흥동에서는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주인장의 개성을 한껏 뿜어내는 독특한 카페들이 훨씬 사랑받고 있어요. 대전이 자랑하는 근현대건축물 중 대흥동성당과 대전여중강당도 대흥동에서 말날 수 있습니다.

대흥동이 ‘문화예술의 거리’라는 이름을 얻은 건 시간과 사람의 힘이었습니다. 오원화랑은 대전 최초의, 최고(最古)의 화랑으로 1975년 5월 대흥동에서 터를 잡았어요. 신진 작가의 발굴과 육성이라는 숙원은 장장 45년간 이어지고 있는데요. 32년의 대흥동 시대를 마감하고 2006년 대전의 신도시인 둔산동으로 이전했지만 그 궤적은 여전히 짙게 남았습니다. 이공갤러리, 쌍리, 현대갤러리, 우연갤러리, 갤러리 이안, 꼬시꼬시 등 작은 갤러리들이 현재 오원화랑의 뒤를 이어 대흥동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근대건축물로 보존되고 있는 대전여중 강당도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면서 힘을 실었습니다.

오원화랑이 생긴 이후 1980년대부터 하나둘 들어선 필방, 표구사들도 ‘문화예술의 거리’ 명맥을 뚝심 있게 이어주고 있는데요. 예스럽게 정비된 화방골목을 따라 가면 얼핏 묵향이 스며나옵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갤러리를 발견한다면 이 시를 한 번 떠올려 봐도 좋겠습니다. 대흥동의 갤러리와 표구사, 화방은 시간을 간직한 사람과도 같거든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_정현종 <한 사람이 온다는 건>

  •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갤러리)
  • 중구 중앙로 138번길 30 일원
그 많던 다방은 어디로 갔을까

세잔, 르누아르, 드가, 피카소, 마티스….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프랑스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됐습니다. 자유롭고 남다른 영혼들은 작업을 마친 후나 심상이 떠오르지 않는 날엔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커피나 술잔을 기울이고, 한껏 떠들어대며 잠재된 내면을 분출했죠. 카페가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어준 것인데요. 대흥동에도 분명 흔적이 남아있을 겁니다. 운이 좋으면 갤러리를 지키던 미술상, 이름 꽃을 그려주는 화가, 표구의 고수가 옆자리에 앉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대흥동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방문후기를 검색하는 건 열을 잃고 하나만 얻는 겁니다. 적어도 세 집 건너 하나쯤은 문을 열고 싶은카페가 있을 거라고 약속해두죠. 예를 들어 다방 같은걸 만난다면 어떨까요.

옛 산호다방 건물은 대흥동 카페거리의 상징물과도 같습니다. 낡은 외벽 위로 옷걸이에 걸린 흰 스웨터 하나가 대형벽화로 그려져 있는데요. 2012년 대전시립미술관이 진행한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전’으로 탄생한 그림입니다. “나 대흥동에 다녀왔다”는 인증 샷이 가장 많은장소이기도 해요. 이제는 빈티지한 카페로 다방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발자국으로 대흥동 카페지도를만든다면 여기를 기점으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이제 카페 순례를 떠날 시간. 슬기로운 카페 생활 지침은 모두알고 계시죠? 그곳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면, 결정 장애가 조금은 해소될 거예요.

대흥동에는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을 전시해둔 카페가몇 군데 있는데요. 어덜트 붐이 막 일던 시기에 생겼을까요? 혹은 주인장이 지독한 장난감 마니아일지도 모르죠. 같은 취향이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은밀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오래된 주택 집을 그대로 살려 개조한 카페들은 대흥동 카페거리의 가장 큰특징 중 하나인데요. 흔한 통유리나 하얀 벽이 없다고그냥 지나쳤을 수 있으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골목을거닐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붉은 벽돌을 뒤덮은 덩굴 사이에 카페로 들어가는 문을 보았습니다. 분명평범한 2층 주택 집이었는데 쪽문 옆에 메뉴판을 세워뒀네요. 직장인·대학생들이 거주할법한 원룸빌라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됩니다. 건물 1층에서 카페, 원테이블 레스토랑, 디저트 가게, 스몰 바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작은 안마당을 비밀스럽게 간직한 카페에서 잠시 쉬어갈 생각입니다.

  •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카페)
  • 중구 중앙로 138번길 30 일원
대흥동 한가운데 연극판이 벌어지다

‘서울에 혜화동이 있다면 대전에는 대흥동이 있다.’ 지방에서 연극인이 설 자리는 많지 않죠. 골목마다 소극장이있는 대전의 대학로. 그 꿈은 1972년 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이 문을 열면서 시작됐어요. 대흥동성당과 어깨를나란히 하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은 당시의 환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 연극사를 주름잡았던 고전과 가요계 거장들의 공연이 열렸던 70, 80년대 이 건물 앞은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갤러리, 화랑과 더불어 대전의 문화발원지의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고요. 50여 년이 흐른지금도 소극장 거리의 꿈은 사그러들지 않았는데요.

지방발 연극을 전국으로 롱런시키고 있는 아신 아트컴퍼니(아신극장)는 근래 가장 활약이 돋보입니다. 아신극장 2개관을 새로 열고, 두 세달에 한 편씩 꾸준히 신선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죠. 연극 커뮤니티로 시작해20년 넘게 연극인을 양성해낸 ‘커튼콜’이나, 25년 간 전국을 유랑하다 대흥동에 터를 잡은 마당극패 우금치(마당극장 ‘관용’), 대전에 마임이라는 장르의 물꼬를 새롭게 터준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 역시 대흥동이 숨겨둔 보물입니다. 오늘 반짝 여행에서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음 번에는 눈여겨둔 극단의 공연일정에 맞춰대흥동에 와볼 생각이에요. 미리 찍어두었던 소품샵에서 기념품까지 챙기고 나니 허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거창한 식사 말고 뭐 없을까요?

  •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소극장)
  • 중구 중앙로 138번길 30 일원
대전여행 필수코스

"성심담 튀소 잊지마” 대전에는 한 번도 안 가본 친구의부탁이라니! 저도 ‘성심당은 처음이라’ 이번 여행에서 빼먹지 않으려고요. 오로지 대전에서만 지점 2군데(롯데백화점, DCC)를 열고 60년 넘게 빵맛을 지켜오고 있는 집이죠. 본점이 대흥동 건너편 은행동에 있었는데요. 대전가톨릭문화회관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됩니다. 바로 옆성심당 케익부띠끄는 구경만 하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빵집으로 향합니다.

사실 친구 부탁은 들어주지 않으려고요. 오히려 대전 사람들은 튀소(튀김소보루) 말고 다른 빵을 고른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인심좋은 시식 덕에 입호강을 하고 나니 고로케부터 보문산메아리, 우유식빵까지 하나같이‘빵순이’의 본능을 자극합니다. 클래식한 맛에 더해진 멋이 있다고 표현하면 지나칠까요? 그 유명하다는 튀소만해도 참 독특한 시도였습니다. 원래 곰보빵(소보로빵)과앙꼬빵이 주력이었던 1980년대 임영진 대표는 ‘앙꼬빵에 소보로를 입혀서 튀겨보자!’라는 생각을 했다지요. 그결과는 모두 아시다시피 대 성공이었죠. 포장식 빙수 문화도 성심당이 앞에서 이끌었다는데요. 가격 또한 착해서 도시여행자의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성심당이 사랑받는 이유는 비단 빵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평생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는 창업주의 맹세를 지켜오고 있다고 해요. 300개의 찐빵 중 100개를 이웃과 나누며 시작한 그 정신이 지금은 매월 4,000만 원어치의 빵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죠. 심지어 팔고 남은 빵을 기부하는 것도 아니고,갓 나온 빵을 가장 먼저 보낸다고 합니다.

  • 중구 대종로 480번길 15
  • 1588-8069
‘찐’레트로 감성이 추억을 소환하다

소제동은 대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던 부촌이었습니다. 그때의 부활을 꿈꾸며 도시재생사업이 진행중이라고 하는데요. 카페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옛 가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와 식당이 거리를 이루고 있는데요. SNS상에서 소제동 카페가 ‘핫’해지면서 사진 명소로 급부상 중입니다. 대나무 숲에 들어온 듯 호젓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한 카페는 이미 사진 찍기 명소로 이름을 알렸고요. 일본의 온천을 연상케 하는 식당, 로컬푸드로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는 곳, 독일식 돈가스와 스튜가 맛있는 집, 관사를 개조한 카페 등등 저마다 독특합니다.

사실 소제동의 터줏대감은 따로 있습니다. 대전이 원도심의 근현대건축물들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공간이 된 소제창작촌입니다. 관사 42호를 개조해 만들었는데요. 매년 10여 명의 지역 및 해외 작가들이 입주해 문학, 미술,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펼친다고 해요. 입주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내부도 볼 수 있다는데, 저는 카메라에만 담아왔습니다. 오늘은 누가뭐래도 이방인 콘셉트니까요.

‘재생공간293’라는 팻말이 걸린 집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기획전시도 하고 소제창작촌의 입주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는 곳입니다. 낡은 벽과 나무지붕, 1980년대에 발행된 신문 등 예스러운 분위기가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재생공간293 옆으로는 시울2길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골목 갤러리로 일명 ‘시와 그림이 있는 골목’입니다. 좁은 골목에 예쁜 일러스트와 시가 벽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습니다. 밤에는 전시 윈도의 불빛이 골목을밝힌다니 야경이 기대가 되네요. 이제 대동천변을 따라펼쳐진 벽화길을 뒤로 하고 오늘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향합니다.

  • 제동 철도관사촌
  • 대전 동구 시울2길 일원
2개 교각에 숨겨진 이야기

기차표를 미리 끊어두고 목척교로 향했는데요. 대전역에서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었어요. 대전천변을 따라 2개의 교각이 화려한 도심 야경을 완성해주는데요. ‘다리’는현대화의 시작점이자, 만남의 상징물입니다. 물로 끊어진 길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니까요. 목척교와 커플브리지에도이런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경부선의주요 경유지였던 대전에 일본인 이주자와 상인이 몰려들면서 처음 목척교가 세워졌습니다. 한때 대전천을 복개하면서 사라졌다가 다시 지금의 독특한 형상을 갖게 됐다고 해요. 현대에 이르러서도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을잇는 새로운 동서 발전축으로 당시의 영화(榮華)를 간직하고 있죠.

목척교에서 500m쯤 떨어진 커플브리지는 2020년 3월에 새로 생긴 다리인데요. 이름부터 핑크빛 기운이 감돌죠? 목척교 주변으로 도심의 활기가 더해지면서 그 옛날홍명상가와 천변의 포장마차 거리는 ‘만남’ 그 자체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친구, 연인에게는 설레는기다림의 장소였고, 전국 각지의 상인들은 이 근방에서 뜨끈한 칼국수로 허기를 달래곤 했다지요. 그때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커플브리지는 로맨틱한 불빛과 독특한 형상으로 야경맛집의 면모를 자랑합니다. 아! 이곳에서 놓치면 아까운 스팟이 있는데요. 대형 달 풍선에서찍는 인증샷과, 매일 저녁 8시 분수 위에 상영되는 프로젝션 맵핑 작품도 도시여행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 목척교 커플브리지
  • 대전 동구 중동

TV와 핸드폰만 있으면 몇 날 며칠이라도 집안에 갇혀 있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집순이’지만 그것이 자의가 아닌 타의가 되니 전혀 다른 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외출을 삼간 지 어느덧 8개월 여. 더군다나 올해 가을 하늘은 애국가 가사처럼 공활하고도, 높고 구름도 없는지. 아파트 창밖으로 넘겨다보이는 가을 풍경이 너무 청명하고 아름다워 야속할 지경이에요. 근처 여행지라도 돌아보며 2020년 가을을 추억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대로 이 아름다운 가을을 떠나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1.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2.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3. 성심당 DCC점

스토리텔링

여행준비

갑작스럽게 시작된 여행인지라 목적지는 가까운 곳으로 정했습니다. 세종시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대전에 가볼만한 곳들을 엮어서 돌아볼 생각입니다. 짧은 이동시간에도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다소 갑작스러운 여행임에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만족스럽거든요. 가을 내음 맡으며 소록소록 걸을 수 있고, 뻥 뚫린 공간에서 마스크 너머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좋겠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울 맛있는 음식과 커피 한잔 하며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간편한 차림과 운동화, 그리고 물 한 병 챙겨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이 첫 번째 행선지입니다

코스 소개

지루할 틈 없는 10.04킬로미터 산책길

현충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장소가 현충원이니만큼, 시끌벅적하게 움직임은 삼가야겠죠. 운동화 끈을 단단히 정비하고, 둘레길 지도 앞에서서 가야할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총 10킬로미터에 달하는 둘레길 코스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쪽빛(남색), 보라 등 색깔 별로 그 특색을 구분해 놓아, 가는길마다 소소하게 달라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네요. 사실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선 여행 같은 여행이라서인지 바람결에 굴러가는 단풍잎 하나에도 온갖 감탄사가 튀어나올 판이지만요.

커다란 돌에 보훈둘레길이라고 이정표가 쓰여진 곳이둘레길의 시작입니다. 코스 입구에는 해충기피분사기가 준비돼 있어요.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에 시작부터기분이 좋아집니다. ‘빨강길’이라고 표시된 곳부터 걷기시작합니다. ‘대전 걷고 싶은 길 12선’에 속한 이 둘레길은 가을녘 정취를 초입부터 물씬 전합니다. 폭신폭신 낙엽이 쌓여 걷는 길이 피곤치 않네요. 중간중간 이정표가잘 돼있어 길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요. 동행은 없지만귀여운 청설모도 보이고, 산비둘기도 스쳐갑니다.

뭉근한 낙엽 내음에 취해 걸어가다 보면 호국철도기념관에 다다릅니다.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가 잔디밭위에 전시돼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철도수송 작전에 참여해 순직한 철도인을 기리는 추모 조형물도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념관은 휴원한 상태인지라 들어가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그곳에 앉아 물한 모금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빨강길 코스에는 작은 연못과 그곳을 에두르고 있는 억새밭도 만날수 있습니다. 연못 안에는 철을 마무리한 연꽃 무리도보였는데요. 연꽃이 피었을 때 왔어도 참 좋았겠다, 싶어요. 사람 욕심이 끝이 없네요. 억새와 마주하고 감탄사를터져 나온 지 수분 되지도 않아, 철 지난 연꽃을 아쉬워하니 말입니다.

주황길 초입에는 명언들이 적힌 판들이 세워져있습니다. 길옆으로는 무성한 대나무숲이 관객을 호위하고 서있습니다. 가을바람에 대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시원한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주황길에 이어 노랑길이 시작됐어요. 이 길은 현충원을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인데요. 현충일이 되어서나 생각해보던 순국선열들에 대한 감사함을 이곳에서는 걷는 내내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보훈둘레길’인가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경탄스럽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마음도 그 이상의경외감을 낳게 하네요.

초록길은 제법 트레킹하는 맛이 납니다. 나무다리도 건너고 오르락내리락 허벅지에 제법 힘이 들어가요. 오랜만에 걸으니 다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 운동되는 듯 해기분이 좋아집니다. 초록길에는 보훈전망대가 있는데요. 현충원 묘역이 내려다보입니다. 잠깐 묵념을 하고 다시 코스를 따라 이동해볼까요. 오르막이 끝나면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사실 오르막길이라도 해도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요. 어르신이나 아이들과 함께 와도 이야기나눠가며 숨차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오가는길에 만난 어르신은 혼자 걷는 이가 안쓰러웠는지 준비해온 간식도 나눠주시기도 했어요. 유성에 사신다는 그분은 코로나로 동네 산책이 어려워 이곳에 일주일에 두번은 오신다고 하셨어요.

파랑길과 쪽빛길, 보라길은 시야가 환하게 밝아집니다.파랑길에는 현충원이 잘 내려다보이는 또 하나의 전망대가 있어요. 휘적휘적 걸으며 코스를 마무리해봅니다.길의 마지막에는 작은 연못과 다리도 있는데요. 그 다리를 건너 징검다리까지 건너면 10키로미터 둘레길 여정이 끝이 납니다. 쉬엄쉬엄 걸어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걸렸네요. 땀을 식혀가며, 마지막 숲 내음 맡아가며 여행의 첫 일정을 마무리 지어봅니다.

  •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
  • 유성구 갑동 산23-1
  • 042-718-7114
동심을 깨워줄, ‘꿈돌이’를 찾아서

점심식사를 거하게 마쳤으니, 또 다시 다음 여행지로 향해야겠죠. 오랜만에 나선 길인데, 이렇게 마무리하기는아쉬우니까요. 현충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광장을 다음 행선지로 정했습니다.‘언택트 시대’인만큼 뻥 뚫린 광장이 아무래도 부담 없고 마음이 편해서요. 평일이라 여유롭게 차를 주차하고광장 안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교통안전체험장이네요. 실내 체험장은 교육시간에만 열리는지닫혀 있었고, 야외체험장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여행객이라면 들러서 잠깐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교통질서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거든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조형물들이 눈길을사로잡습니다. 건너편에는 대전엑스포기념관과 기념품박물관, 대전통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내로 들어가기는 시기적으로 부담스러워 근처 조형물들을 살피는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베를린장벽 이미지를 담은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요. 현충원을 들러온 탓인지, 이 조형물의 의미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몇 걸음 되지 않은 이 작은 작품앞에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 서성대고서야 겨우 발길이 떨어집니다.

기념관을 지나 엑스포다리가 보이는 광장으로 나섰습니다. ‘대전’ 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인 엑스포다리와의 참으로 오랜만의 조우네요. 어릴적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가움이 밀려옵니다. 1993년 대전 엑스포는 참으로 대단했었죠. 지금이야 ‘엑스포’라는 말이 이런저런 크고 작은행사에 쓰이지만, 그때는 달랐으니까요. 93일간 108개국 33개 국제기구가 참가했던 대전엑스포는 전쟁을 겪은 약소국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게 된 자리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라떼는(나때는) 말이야’를 읊어보자면,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엑스포 가봤냐’로 어깨에 힘을 주던 시대였죠. 여기에 노란 ‘꿈돌이 인형’까지 하나 들고 학교에 가주면 그날의 인기스타가 됐고요. 유년기를 타 지역에서 보낸 저는 직접 엑스포를 찾지 못한 한이 아직도 있어요. 관광버스를 타고 이웃들과 엑스포를 다녀오신 부모님이 꿈돌이 저금통은 하나 안겨주셔서 서러움을 약간 달랜 정도인데요. 직접 보고 온 친구들이 역사적 현장을 묘사해댈 때, 입만 쩍 벌리고 있었던 유년기의 한을 지금 이곳에서 풀어봅니다.

부모님의 기념사진 속에서 번쩍대는 위용을 자랑하던한빛탑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 옆에는 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가 유년의 기억을 들춰내고요. 지금봐도 꿈돌이는 여전히 사랑스럽네요.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이 새삼 놀랍습니다. 중년들의 ‘라떼 감성’을 자극하는 꿈돌이는 올해 9월부터 카카오TV 예능프로그램에도 등장합니다. 대전마케팅공사는 “꿈돌이가 어른이 된1980~1990년대생들의 어린시절 추억을 소환하며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며 “꿈돌이, 한빛탑 등을 활용해 도시 브랜드를 알리고 굿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전했는데요. ‘굿즈’ 출시라니, 꿈돌이를 사랑했던 마음속그 때 그 아이가 다시금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꿈돌이와 한빛탑을 곁에 두고 한참을 걷고 또 걸으며,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해봅니다. 아파트 안에서작은 보폭으로 종종 거리며 지내다 시원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어 보는 것도 오랜만인데요. 걷다가 지치면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그렇게 지치지 않게 광장 주변에서시간을 보냈습니다. 머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선이 갈만한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 익숙함이 편안하게느껴져 한참 뒤에나 자리를 떴습니다.

  •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 유성구 대덕대로 480
  • 042-250-1111
대전에 왔으면, ‘튀소’는 먹어야지

한빛탑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대전 명물 성심당이있습니다. 본점은 대전역 근처지만, 2017년에 유성구DCC 1층에 제법 큰 규모로 체인점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전국에서 체인을 열어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하지만, ‘대전에서만 판매’하겠다는 향토기업으로서의경영 철학이 담긴 행보입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이제 ‘대전’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DCC는 국내외 방문객들의 지원과 홍보를 위한 공간으로 해외 관광객과 기업인들이 자주 찾는 공간인데요. 전국구를 넘어, 해외에도 대전 명물 빵 맛을 알릴 수 있는좋은 기회인 셈입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빵 냄새가 하루의 피곤을 가시게 합니다. 튀김 소보로한 개와 보문산 메아리 하나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시킨 뒤 자리를 잡고 앉아봅니다. 성심당의 ‘보문산 메아리’, ‘한밭의 노래’, ‘대전부르스 떡’ 등 지역색을 담은 빵이름들도 눈길을 끕니다. 케이크 부띠크도 따로 있어 달콤한 디저트도 가득하고요. 동행이 있었으면 넉넉히 시켜 맛보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네요.

버터 향 가득한 빵 한 입 베어물고, 커피 한 모금 마시니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맛있는 음식이죠. 제아무리 좋은 일정이라도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 여행의 의미는 퇴색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갑작스러웠지만, 꽤 훌륭한 추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한껏 여유를 부리며 마지막 식사를 즐기다 보니, 사위가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러웠지만, 제법 알찼던 대전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왔어요. 오늘도 집안에서 종종 거리며 하루를 보냈을 가족들이 생각나 성심당 케이크부띠끄에서 ‘부띠끄 묶음세트’ 테이크아웃을 요청합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달콤해지는케이크를 맛보며,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만족스러웠던 오늘을 추억하며, 조만간 꽤나 갑작스럽게 운전대를 잡고 대전으로 향하게 될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조용하고 잔잔했지만,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던 하루였습니다.

  • 성심당 DCC점
  • 유성구 엑스포로 107 DCC
  • 1588-8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