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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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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지금

이야기가 있는 여행코스를 알려드립니다 스토리텔링 코스

가장 예쁜 날 대전이쥬

익숙해진다는 건, 낯설거나 설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편해지거나 무덤덤해지는 것. 그리고 어쩌면 서로를 가장 잘 아는 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요? ‘우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가 연인으로 함께한 지 어언 5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려니 하는 것들이 더하고 더해지는 그런 시간이었죠.
그래서 떠나기로 했습니다. 낯익은 우리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낯선 장소에 들어가 보기로 한 것입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곳으로, 시대를 초월한 감성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우리. 같이. 떠나볼까?”

  1. 선화단길
  2. 삼성동 인쇄거리
  3. 테미오래
  4. 대전프랑스문화원 앙트르뽀
  5. 보문산전망대

스토리텔링

여행준비

어느 날 저녁, 카페에 앉아 데이트 코스 짜기에 열중합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대전, 둘이서는 한 번도 가보지않았던 곳입니다. 첫 번째 코스는 요즘 핫하다는 ‘선화단길’. 머리를 맞대고 SNS로 폭풍 검색을 합니다. #선화단길 #선화단길맛집 #대전카페 #대전여행 #대전야경···감성 가득한 사진들이 줄줄이 쏟아집니다. 요즘 스타일의 감각적이고 플레이팅이 예쁜 식당 하나를 점찍어 둡니다. 유니크한 인테리어의 소품샵과 달콤한 디저트가있는 예쁜 카페, 아기자기한 공방,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장소들도 함께 공유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기차역에서

삐삐 삐비비빅 반쯤 감긴 눈으로 더듬더듬 알람을 끄고,뭉그적거립니다. ‘아, 5분만 더 잘까?’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아뿔싸! 어느덧 시간은 20분이나 흘러 있네요. 부랴부랴 욕실로 달려가 씻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여행의 설렘이 시작되는 곳,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곧장 대전으로 향하는 KTX에 올라탔습니다. 오전 9시 45분, “KTX 121번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파노라마처럼 창밖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무엇을 타고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맛이 달라지죠. 기차여행은 타는 순간부터 그 즐거움이 시작됩니다. 도착까지는 딱 1시간. 평소에 같이 듣고 싶었던 음악을 재생합니다.

코스 소개

켜켜이 쌓인 시간 위로 감성이 ‘덕지덕지’

대전역에 도착한 뒤, 예약해둔 렌트카를 픽업합니다. 돌아볼 곳들이 한데 모여있긴 하지만, 좀 더 느긋하게 데이트를 즐기기로 한 거죠. 대전역에서 목척교를 지나 은행동을 가로지릅니다. 출발한 지 5분쯤 지났을까요? 미리 점찍어 둔 선화동의 한 파스타집에 도착했습니다.

오픈 시간 5분 전인데도, 이미 3팀이 대기하고 있네요.안내를 받고 테이블에 착석합니다. 젊은 청년들이 열심히 꾸려가고 있는 이곳은, 매일 아침 직접 반죽한 수제생면 파스타를 파는 곳입니다. 포스터와 스티커, 명함마저 힙합니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옵니다. 버섯 향 고소하게 풍기는 쫀득쫀득한 뇨끼와 감칠맛 폭발하는 라구파스파,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알배추 샐러드까지! 여기에 신선하고 상큼한 토마토 피클까지 곁들입니다. 둘 다“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엄지척! 오늘 스타트가 좋습니다.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선화단길을 걸어볼까요? 선화단길은 중구청역 3, 4번 출구 사이의 골목을 일컫는데요. 이곳은 대전시청과 충남도청, 법원과 검찰청,충남경찰청 등 주요 공공기관과 방송국까지 있던 대전의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 무렵 둔산지구 개발과함께 쇠퇴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급주택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많이 낡아 보이는 건물들이 있는가 하면, 도시적이면서 세련된 가게들이 한데 어우러져있습니다. 낡은 주택에 젊은 감각을 더한 카페, 손때 묻은소박한 식당, 식물이 가득한 서점, 아기자기한 소품샵, 뚝딱뚝딱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작은 공방까지. 옛것과 요즘 것들이 오순도순 질서 있게 모여있다고나 할까요.

걷다 보니 이 거리에서 가장 알록달록한 무지개 계단과마주칩니다. “우리 여기서 사진 찍자!”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한 장면인 듯, 오래된 건물들과 낮은 담벼락, 군데군데 세워진 전신주가 옛 정취와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니 옛날 동네임을 보여주는폭이 좁은 골목길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무지개 계단 건너편, 작은 공방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그릇 하나 접시 하나에 내려앉아있습니다. 느려서 미처 가지 못한 듯 한껏 여유롭습니다.마당을 품은 한옥 카페에는 시절 모르고 피어난 장미꽃들이 하늘하늘 널려있고, 정감 가는 간판을 매단 ‘방앗간’ 앞에는 귀여운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습니다.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선화단길. 이곳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마음을 간질입니다. 살랑 부는바람까지 기분 좋은 ‘그런 날’입니다.

덩치 큰 건물들을 기점 삼아 다시 걷습니다. 저 멀리 우뚝 솟은 굴뚝에 ‘오성장’이란 세글자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시곗바늘을 반세기 정도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이네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이 목욕탕은 긴 세월 동안 주민들의 피로를 풀어주었을 것입니다. 오성장 사거리를지나 내리막길로 내려갑니다. 재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선화동.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길을 걷고 또 걸어봅니다.

  • 선화단길
  • 중구 중앙로 71 중앙로역 3, 4번출구 골목
찬란했던 그때 그 시절의 거리

삼성동 인쇄거리는 선화단길에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곳에 있습니다. 한밭식당부터 한밭중학교까지 이어진길을 중심으로 대전천의 동쪽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잉크 냄새가 날 것 같은 거리는 평일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뭅니다. 우리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안을 엿봅니다. 바깥의 한가로움과 달리 창 너머에는 인쇄기들이열심히 인쇄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작업자들의 손놀림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대전시 중구 정동, 중동, 삼성동 일대에 형성되어있는 인쇄거리는 서울, 대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인쇄거리로 꼽힙니다. 물론 인쇄 물량으로 따지자면 서울이나 상업인쇄가 발달된 대구에 비해 떨어지지만, 관공서와 부설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물량을 소화하며 나름의성격을 가진 인쇄거리로 성장해왔습니다. 작지만 분화되고 유기적인 형태로 인쇄거리가 형성된 것입니다.

지금도 400여 개가 넘는 업체가 모여있다니 그 규모 또한 상당합니다. 보이는 간판마다 인쇄사, 그래픽, 기획,디자인 등의 이름이 붙어 있고요.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대부분 몇십 년 경력의 장인들입니다. 인쇄와 출판일이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행해질 때부터 지금까지 이거리를 지키고 계신 거죠. 북적북적했을 그 시절의 인쇄거리를 상상해봅니다.

삼성동도 선화동 못지않게 좁은 골목들이 큰 도로를 중심으로 퍼져 있습니다. 마치 혈관처럼요. 골목을 들여다보면, 이곳이 식당임을 알리는 작은 간판들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쇄거리엔 아는 사람들만 찾아간다는 찐 맛집이 많습니다. 저도 지인에게 칼국수 집을 추천받기도 했고요. 다음엔 이곳에서 맛있는 한끼를 먹어봐야겠습니다.

  • 삼성동 인쇄거리
  • 동구 선화로 일대
비밀의 정원에 즐거움이 꽃피다

세 번째 방문지는 옛 충남 도지사 관사촌인 ‘테미오래’입니다. 이곳은 방문 전부터 참 흥미로웠던 곳입니다.

80여 년 동안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의 공간’이었기 때문인데요. 대전에만 유일하게 존재한다는일제강점기 시절의 관사촌이 어떻게 재탄생했을지 무척궁금했습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충남도지사공관의 ‘시민의 집’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한국과 서양식 건축물의 특성을모두 갖는 탓에 낯설면서도 친근한 풍채를 띕니다. 앞마당엔 ‘비밀의 정원’이란 별칭처럼 작은 호수와 나무가 잘정돈되어 있고, 수국 꽃가지 위로 팔랑팔랑 나비들이 날아다닙니다.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입구에들어서자 문화관광해설사 한 분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시민의 집은 일제강점기 때 유행했던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서양식, 내부로 들어오면일본식, 한국 사람이 고용되어 일했기 때문에 온돌방과같은 한국식 건축양식도 절충되어 있습니다. 2층으로올라가는 계단엔 스텐드글라스가 설치되어 있고요. 수직 창과 원형 창은 아르데코풍 양식으로 그 당시 유행했던 양식입니다.

2층은 일본 전통 양식의 접객 공간입니다. “바닥 한 번만져보세요. 유난히 길고 습한 여름을 견디기 위해 시원한 다다미가 깔려 있어요. 지진이 자주 일어나니까 수납장 대신 이렇게 붙박이 식으로 공간을 만들어 놨고요.”설명을 듣고 둘러보니 ‘아, 그렇구나!’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여자친구도 저도 집중해서 듣게 되더군요.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문화관광해설사분과 함께 기념사진도 한장을 남겼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이렇게 잠시 만난 인연도 특별해집니다.

시민의 집에 외에도 9개의 관사가 남아있습니다. 1호 관사는 ‘역사의 집’, 2호는 ‘재미있는 집’, 5호는 ‘빛과 만남의 집’으로 불립니다. 6호는 ‘상상의 집’입니다. 특별 기획전이나 작은 만화도서관, 시민창작공방 등 다양한 볼거리·체험거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먼저 ‘역사의 집’으로 시인 박용래 님의 대전문학기록 아카이브 특별전에 가보기로 합니다. 평소 시집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는 생각지도 못했던 전시가 무척 마음에 드나 봅니다. 온 마음이 감수성으로 촉촉이 젖어 있었던 그의 시들이 곳곳에 피어있습니다. 창문마다 새겨진 그의시가 햇살에 ‘반짝’입니다. 살아생전 그가 쓰던 서재의 느낌을 살린 공간도 특별합니다. 쌓인 책들 사이에서 담배한 개비를 손에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인의 사진 속모습은 마치 살아 계신 듯 그 공간에 함께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방 테이블에 잉크와 잉크펜이 놓여 있고, 창문에는 방문자들이 남겨놓은 수십 개의 메시지가 붙어 있습니다. 그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하여 포스트잇에 적습니다.‘숨은 꽃처럼 살겠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재미있는 집’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지지 않는 꽃’전시와 탁영호 만화전이 진행되고 있고, ‘빛과 만남의집’에서는 여행정보 프로그램으로 ‘먼 나라 낯선 이웃 네팔 포카라’ 전시가 한창입니다. 상상의 집에서는 ‘전쟁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이란 주제로 평소에 보기 힘든 전쟁 당시의 대전 전투와 관련된 흑백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행사를 한 곳에서 만날수 있다는 것도 큰 특권인 듯합니다.

  • 테미오래
  • 중구 보문로 205번길 13
  • 042-335-5701
신비하고 기이한 프랑스 마을

대전천이 흐르는 대전 구도심의 남쪽 끝, 석교동에 위치한 작은 프랑스 ‘앙트르뽀’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 쪽외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대전프랑스문화원’이라고 적혀 있네요. 이곳은 지난 2018년에 문을 연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예술 교류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과거 고무공장으로 쓰였던 창고를 리모델링한 탓에 겉만 보면 굉장히 단순해 보입니다. 그러나 내부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게 웬걸! 유럽풍의 빈티지한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 수많은 책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거기에 화려한 샹들리에와 색색의 조명들이 우아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무엇 하나 똑같은것이 없습니다. 의자며 테이블, 바닥에 깔린 러그들까지.한 공간에 이 모든 것들이 공생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관용을 베푸는 프랑스의특징이 묻어있는 걸까요? 오후 4시가 되자, 입구 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넓은 창을 통해 햇살이 서서히 스며듭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햇살의 꼬리는 사라지고, 음영의 콘트라스트가 더욱 짙어집니다.

앙트르뽀 1층은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 프랑스에 홍차를 처음 소개한 마리아쥬 프레르에 의해 탄생한 홍차 브랜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차와 음료를 즐길수 있는데요. 종일 바깥바람을 맞은 탓에 따뜻한 홍차와커피를 주문합니다. 해바라기와 백합이 그려진 그림 앞에 자리를 잡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 아래 홍차의 향기가 진하게 퍼집니다. 이런오붓한 분위기에서 데이트는 실로 오랜만인 것 같네요.차분해진 숨소리가 움트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에 달큰한 향기가 머뭅니다.

이야기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게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주문하는 곳 옆에는 ‘미디어 도서관’ 기기가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으면 앙트르뽀의 문화공연 소식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다음 방문을 위해서 살포시적어둡니다.

제일 안쪽에는 작은 단상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음악축제와 예술 전시, 명사 초청 강연 등을 여는 앙트르뽀의 무대인 듯한데요. 그 옆으로는 집 속의 집처럼, 작은집 하나가 자리하고, 그 지붕 위로 검은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립니다. 물론 이 또한 소품이지요. 앙트르뽀 한가운데에는 다양한 크기의 에펠탑과 무릎을 껴안고 단잠에 빠진 듯한 소녀상이 놓여 있습니다. 벽에 설치된 TV에서는 프랑스 영화가 쉼 없이 흘러나옵니다.

2층은 프랑스 미디어·도서 공간입니다. 서울 프랑스 대사관이 보유하던 도서관을 통째로 옮겨 와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대부분이 프랑스 원어 서적들로 보이고, 한글로 되어있는 서적들 또한 프랑스와 관련된 것들입니다.DVD와 CD도 꽤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대전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대여를 위해 방문한다고 합니다.

“미쉐린의 탄생비화?” “파브르 곤충기도 있네!” “이 책 재밌었는데, 읽어 봤어?” 카페 데이트에서 서점 데이트로 공간 이동! 읽었던 책들은 다시 보니 새삼 반갑고 신기합니다. 어린 친구들을 위한 서적과 의자들도 곳곳에 놓여 있네요.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입니다. 마치 프랑스친구의 커다란 다락방에 놀러 온 것 같다고나 할까요.

  • 대전프랑스문화원 앙트르뽀
  • 중구 대전천서로 201
  • 042-272-5254
반짝반짝 빛나는 이 도시를 조금은 사랑하게 될지도

이제 밤이 주는 특별한 감성에 빠져볼까요? 대전 중구중심에 위치한 보문산으로 달려갑니다. 식장산이 대전전경을 넓게 멀리서 볼 수 있다면, 보문산은 좀 더 가까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해요. 우리는 앙트르뽀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보문산을 택했습니다. 보문산에 오르는 길은 다양합니다. 그중 대전 원도심 방향을바라볼 수 있는 보문산전망대로 향합니다.

포장도로가 깔린 길을 힘차게 올라갑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옆 산책로를 따라 운동하는 시민들이 많이 보입니다. 얼마나 올랐을까요. 보문산숲치유센터 주차장에 다다랐습니다. 계단을 타고 대전목재문화체험장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길에는 가로등도 켜져 있고요. 잎새며꽃이며 알록달록한 무늬의 레이저 불빛이 거리를 수놓습니다.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10분 정도 오르다 보니,드디어 전망대가 나타났습니다.

반구 형태의 전망대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1층은 벤치들이 쭉 놓인 휴식 공간이고요. 2층은 망원경이있고 뻥 뚫려있습니다. 야경을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2층으로 향합니다. 우리와 함께 걸었던 중년의 부부와 데이트하는 커플들, 동네 뒷산 산책하듯 올라온 사람들도몇몇 보이네요.

도시는 밤낮없이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길 바쁜 자동차의 경적, 왁자지껄 행인의 목소리, 귓가를 때리는 거리의 음악 소리 등··· 그런데 밤의 전망대는 적막하고 고요합니다.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돌아보았던 곳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우리가 함께나눴던 이야기, 함께 걸었던 거리, 지금도 함께 하는 이순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모두 저 아래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을 테죠.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그런 순간이에요. 오늘하루가 저 하늘의 별들처럼. ‘파다닥’ 불꽃을 내며 마음에 새겨집니다.

  • 보문산전망대
  • 중구 대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