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풀어놓을 땐 대전이쥬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실외활동이 줄어들수록 몸은 근질근질. 주말을 기다리며 평일의 지루함을 견디는 건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주말엔 어딜 가볼까?’ 한참을 고민하고 검색하다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국립중앙과학관! 이미 재작년에 한 번 다녀왔던 곳인데요. 우리 집 두 녀석의 마음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장소로 이만한 곳도 없습니다다시 또 오자고 했던 그때의 약속을 더 늦기 전에 지키기로 합니다.
- 국립중앙과학관
- 지질박물관
- 카이스트(견학)
- 대전시민천문대
스토리텔링
여행준비
이왕 대전에 가는 김에 새로운 장소들도 둘러보고 와야겠지요. 네 가족이 노트북 앞에 옹기종기 앉아 각자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선택하기로 합니다. 먼저 큰 애는커다란 망원경으로 ‘별’을 보고 싶답니다. “그래? 그렇다면 대전시민천문대가 있지!” 자칭 공룡 박사인 작은 애는 티라노사우르스 모형 사진을 보고는 지질박물관을골랐고요.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카이스트 견학을 택했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근거 없는 기대감과 부모의 욕심이 반영된 여행지랄까요.(웃음) 강변 위 엑스포다리를 감상할 수 있는 야경맛집 숙소도 예약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1박 2일, 대전입니다.
자연, 과학, 꿈, 공룡이 있는 곳으로
밤새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그쳤습니다. 살갗에 닿는 공기가 제법 차가운데요. 서서히 걷히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 설레는 마음 다잡으며 부지런히 짐을 꾸려 집을 나섰습니다.전주에서 차로 한 시간 20여 분을 달려 유성톨게이트에 들어섭니다. 창밖에는 간밤에 내린 비로 흠뻑 젖은노란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네요. 차는 어느새 대덕대교를 건너 과학도시의 메인 플레이스에 진입합니다. 과학공원네거리의 왼쪽에는 국립중앙과학관이 자리하고, 오른쪽에는 한빛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건물들도 부지런히 올라서고있네요.
코스 소개
배움의 대장정, 과학관이 살아있다!
1970년대 말 대덕연구단지가 대전에 터를 잡고 1993년에 대전세계박람회까지 열리면서 대전은 과학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그 덕에 다양한 과학체험공간이 자리하는데요. 그중 손꼽을 만한 곳이 바로 이곳 국립중앙과학관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문으로 이동합니다. 바로 앞에뉴턴과 장영실의 흉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당신은 미래의 과학자입니다. 우리의 꿈입니다’란 글이 새겨진 꿈돌이도 있고요. 삼각대를 펼치고 여기서 우리 가족 나름의첫 인증샷을 남기기로 합니다. “브이~”
국립중앙과학관은 상설전시관, 꿈아띠체험관, 자연사관·인류관, 천체관, 생물탐구관, 미래기술관, 과학기술관, 자기부상열차 등 여러 전시공간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곳을 모두 돌아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요.이번에는 공룡과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연사관·인류관과 과학기술관을 둘러보고자 합니다. 이제7~8살이 된 아이들이 어떤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되었습니다.
자연사관·인류관은 1,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연사관은 해외여행을 떠나면 그 도시에서 꼭 가봐야 할 코스중 하나로 꼽힐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죠. 입장하자마자 커다란 공룡의 전신 골격과 다양한 동물의표본들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우와! 엄마, 여기 꼭 영화속에 나오는 곳 같다! 다 살아 있는 것 같아” 아마도 ‘박물관이 살아있다’란 영화를 말하는 건가 봅니다
실제로 그 퀄리티가 아주 높아서 놀랐습니다. 한반도에형성된 암석과 그 위에서 생존했던 생물 화석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는데요. 중생대 후기 백악기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 진본골격’과 현생 코끼리의 조상인 ‘성체 매머드와 새끼 매머드’를 비롯해 국립중앙과학관 소장 세계 각지의 동물 박제와 골격 표본을 통해 세계와 한반도자연사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까이에서 동물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신기한가 봅니다.
한쪽에서 판게아 울티마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아이들과 함께 미래에 형성될 초대륙의 형태를 영상으로 감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5억 년 전 만들어져 국내에서가장 오래된 암석인 ‘토날라이트’와 가장 오래된 생명의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10억 년)를 살펴보았고요.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가져온 ‘월석’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 투성이라 아이들은 물론 우리부부까지도 박물관 투어에 푹 빠졌습니다.
2층 인류관은 처음 방문합니다. 인류 출현에서부터 언제 유인원과 갈라져 어떻게 독자적으로 진화했는지를알아보고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농경의 시작은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되었는데요. 그 흔적으로는 괭이 같은 석기로 된 농경 도구와 곡물, 토기에 식물의 눌린 자국 등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아이들도 학교에 가면 구석기, 신석기 등을 배우게 될 텐데요. 오늘 본 것들을 잘 기억해주겠지요?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과학기술관입니다. 이곳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단박에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건물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들이 많습니다.
자석에서 힘을 얻는 열기구 체험도 해보고요. 자기만의 QR코드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해봅니다. 아들 두 녀석에 아빠까지 합세하여 모두 QR코드 만들기 삼매경에빠졌네요. 완성한 뒤에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공을 던져 스크린에 나타난물체를 맞추는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그냥 지나칠 수 없나 봅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서 대기합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체험에 여념이 없습니다. 공룡이랑 동물들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애들이 크긴 컸나 봅니다. 체험 위주의 전시물이 많은 이곳에 더 푹 빠진 것 같아요.
시대별로 만들어진 로봇 앞에서 한참을 서서 지켜봅니다. 특히나 아인슈타인 얼굴을 하고 있는 휴고는 얼굴의근육까지 섬세하게 움직인다고 해요. 이 밖에도 자판기는 동전을 어떻게 구별하는 걸까? 과속 측정은 어떻게하는 걸까? 무거운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우리의 일상 생활 속 과학원리를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몸으로 익히고 배우는 체험이 많이 있습니다.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어요.
우다다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자연사관과 과학기술관 뒤로 우뚝 서 있는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로 달려갑니다. “와~” 실물 크기로 전시한 모형이라 그런지, 그크기와 위엄에 압도되는데요. 우주발사체 왼편에는 작은음악당이, 오른편에는 도시락도 먹고 쉼을 즐길 수 있는가족 캠핑장이 꽤 큰 규모로 자리합니다. “얘들아 여기서우리 도시락 먹고 가자!” 엄마 아빠는 앉아서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랜만에 싸온 집 김밥을 우걱우걱 집어 먹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앞두고 체력보충이랄까요.
유익한 체험공간과 다양한 전시가 가득해 이곳은 올 때마다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아직 둘러볼 곳이 많습니다.아이들이 더 크면 이해하고 좋아할 만한 전시들도 곳곳에있고요. 이번에도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립니다.
- 국립중앙과학관
- 유성구 대덕대로 481 국립중앙과학관
- 042-601-7979
오랜 자연의 신비, 땅속 세계를 탐험하다
엄마, 아빠가 부지런해질수록 아이들의 여행 만족도는높아집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있죠. 특히 과학관과 박물관 같이 집중력이 필요한 곳은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간단한 설명 정도는 할 수 있어야해요. 준비성이 좋은 남편은 역시나 이동 중에 미리 다음 코스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지구 나이가 지금 몇 살일까? 45억 살! 어마어마하지?그 긴 세월 동안 지구의 표피, 그러니까 땅을 이루고 있는 암석과 광물, 화석 같은 것들이 어떻게, 어디서 만들어지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러 가는 거야.우리가 밟고 있는 땅속에 뭐가 있나 잘 보고 오자~”
지질박물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문을 지나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무료로 시민들에게 개방한 곳은, 다양한암석, 광물, 화석, 지질표본을 수집 및 연구 전시하고 있습니다. 상설전시와 특별기획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지구도 이해할 수도 있고요.
지질박물관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야외전시장에서 다양한 광물과 암석 표본을 구경하기로 합니다. 아이가 나무줄기가 화석화된 ‘규화목’에 관심을 보이는데요. 암모나이트나 삼엽충 화석들은 익숙한데, 커다란 나무화석은 저희 부부도 낯설긴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화산 분출암인 현무암과 퇴적물에 묻힌 나무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전, 목질 조직에 주변의 광물질이 침투해 나무형태와 조직이 화석으로보존된 것이라고 해요. 규화목 외에도 점토질, 탄산연암,결핵체, 귀갑석 등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 볼까요? 중앙홀의 메인에 커다란 공룡두 마리가 마중 나와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대표적인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와 에드몬토니아 표본 앞에서 아이들은 순간 멈칫. 얼음이 되었네요. 역시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합니다. 아이들은턱뼈, 발톱, 이빨 등 하나하나를 자세히도 봅니다.
제1전시관에는 지구, 화석과 진화, 지질탐사 3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구의 땅덩어리는 계속 움직이느라 바쁘죠. 그런 모습들을 지상 2만km에서 내려다본모습을 공중에 구현한 S.O.S라는 전시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구뿐 아니라 화성의 모습도 볼 수 있으며, 열두가지 영상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외에서 발견된 진귀한 화석들과 복원모형을 통해 생명 진화의 역사와 그 다양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질탐사로제작되는 지질도와 바다에서 이뤄지는 물리탐사 과정도소개합니다.
“여기에 있는 삼엽충은 우리나라의 태백지역에서 나온약 4억8천만 년 전에 살았던 삼엽충이래. 바다에 살았던 삼엽충이 지금 산속에서 발견된 거지. 이런 것을 통해서 계속 땅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야.”
2층으로 이동하는 계단 위로는 바다에 살았던 다양한생물들의 표본을 볼 수 있습니다. 지질박물관 곳곳이 전시의 장으로 활용되어 보는 눈이 즐겁습니다.
제2전시관으로 들어섭니다. 암석의 세계, 지질 및 암석구조, 광물의 세계, 광물과 인간생활 코너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암석의 분류와 생성장소, 연대측정방법 등에 대해 안내하고 있죠. 습곡과단층처럼 암석에 남은 지질구조와 이들이 보존된 현장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보석과 원석도 특별한 볼거리입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돌멩이들이 있는 박물관은 처음이야”“엄마도 이렇게 큰 보석은 처음 봐~”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에서 나온 자수정입니다. 말 그대로 자주 색깔의 수정으로써 보석으로의 가치가 높다고 해요.
2층에는 지질과학교육실도 있습니다. 국내 주요 산출암석과 국내외 광물 표본을 육안과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지질도를 검색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두 녀석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현미경 속을 들여다봅니다. 마치 과학자라도 된 듯 꽤 진지합니다. 이밖에도 지질박물관에는 지질과학탐험실, 영상실, 어린이도서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교과서밖 교과서. 지구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수 있는 교육의 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 지질박물관
- 유성구 과학로 124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042-868-3798
10년 후 과학자를 꿈꿔요!
아이들의 꿈은 다양합니다. 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습니다. 지나가는 경찰차를 우연히 본 날에는 경찰관을 꿈꿨다가 또 어느 날은 힘이 무지 센 공룡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희망 직업‘과학자’도 있습니다. 오늘은 미래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날입니다. 과학관과 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 여행지는 한국과학기술의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카이스트 캠퍼스입니다.
카이스트 캠퍼스는 여느 대학들과는 다르게 한적합니다. 그래서인지 가을과도 잘 어울리고요. 캠퍼스가 넓어걸어서 다니기에는 조금 벅찰 것 같고요. 차를 타고 조금씩 이동하면서 둘러보기로 합니다. 학생들을 보니 자전거나 전동퀵보드를 많이 타고 다니더라고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구조의 건물이 하나 눈에 띕니다. 커다랗고 하얀 건물 위로 직사각의 갈색 건물을 엇갈리게 쌓아놓았습니다. 마치 거인들끼리 젠가를 하는 것 마냥, 무심한 듯 툭! 가까이 다가가 보는데요. 건물엔수많은 정사각의 창들이 나 있고, 2층 측면부는 시원하게 통창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 커다란창문이 열리면, 전투기가 나와서 날아갈 것 같다고요. 참기발합니다.
이곳은 지난 2018년에 재개관한 ‘학술문화관’이라고 해요. 도서관과 비전관, 그리고 문화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말인데도 건물이 오픈되어 있네요.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문화관은 24시간 개방, 외부인도 출입가능하다고 해요. 문화관과 도서관은 한 층에서 별다른 공간 구분 없이 공존합니다. 연구나 공부를 하다가 자료가필요하면 바로 도서관으로 이동해 공부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겠더라고요. 문화관 내에 있는 카페 밖으로 넓은테라스가 펼쳐집니다. 카이스트에는 이렇게 건물마다테라스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햇볕을 쬐며광합성도 하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안내판을 따라 도서관 1층으로 들어가면 카이스트 서점과 기념품 매장 맞은편에 카이스트 비전관이 있습니다.“전인미답(前人未踏),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걷다” 입구에 새겨진 글자처럼 카이스트는 1971년 설립된 이후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위해 크게 이바지하고 있죠. 이곳은 카이스트의 역사와 연구성과를 수집, 보존하며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되는지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아주 오래전, TV 동물 프로그램에서 카이스트 거위들을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카이스트 캠퍼스를 뒤뚱뒤뚱 거닐던 거위들이 길을 건널 때마다 신호등을 이용하는 장면이었던가요? 오리연못에 오니 딱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연못에서 참방참방 노는 거위들을 보니 괜히 반갑습니다. 거위는 이 학교의 명물이 된 듯해요. 여기저기서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네요. 캠퍼스에는 실제로 약 16마리 정도가 산다고 해요. 지금도 몇 마리는 교정을 거닐테고, 또 몇 마리는 신호등을 건너고 있겠지요
시원하게 뻥 뚫린 축구장 옆엔 풋살장 2개와 야구장도있습니다. 그리고 축구장 오른편으로 ‘스포츠컴플렉스’ 라는 커다란 규모의 건물이 자리합니다. 카이스트 체육관인데요. 체육관마저 SF영화에 나오는 연구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건물 안에는 농구장과 헬스장이 있고요. 카이스트 학생들은 왠지 공부만 할 것 같은데, 곳곳에 이렇게 운동시설도 잘 되어 있네요. 강한 체력에서정교한 연구가 나오는 걸까요?
카이스트 정원 한 편에 뉴턴의 사과나무가 상징처럼 심겨 있습니다. 실제 뉴턴의 사과나무를 네 번째 접목한것이라고 해요. “진짜? 정말로?” 아이들도 그렇고, 우리부부도 정말 신기해했어요. 카이스트 하면 과학, 한국의과학자 하면 장영실이죠. 장영실 동상도 뉴턴의 사과나무 옆에 우뚝 서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을 기억하고자기념사진을 한 장 ‘찰칵’ 남깁니다.
- 카이스트(견학)
-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 042-350-2114
별 볼일 없는 세상, 별 보러 가자
날이 어둑어둑할 무렵, 우리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대전시민천문대로 향합니다. 낮에도 밤에도, 하늘에 항상 떠있는 별이지만, 도시에서는 별을 보기가 쉽지 않잖아요?아이들이 너무 기대했던 곳이라, 미리 사전예약도 하고승인 메일도 받아놓았습니다.
대전시민천문대는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천문대답게 으슥한 산속으로 조금 들어가야 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문대로 향하는 길,바닥에는 별자리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요. 간밤에 떨어진 낙엽들이 찰싹 붙어있습니다.
총 3층 규모의 천문대 건물 앞에는 나로호와 우주복이눈길을 끕니다. 우주복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얼굴이 뚫려있네요. 개구쟁이 녀석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습니다. 한 놈씩 얼굴을 쏙 집어넣고 사진을 찍습니다. 입구에는 별 모양의 미래, 문화, 창조, 교통, 행복, 첨단과학, 녹색 등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천체투영실, 주관측실, 보조관측실, 전시실순서로 관람을 시작합니다. 가상 별자리 영상을 볼 수 있는 천체투영실로 이동합니다. 원형으로 된 공간 가운데에 천체투영기가 자리하고 그 주위로 의자들이 빙 둘러 놓여있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디지털 천체투영기로 행성의 모습을 확대해서 보며 설명을 듣습니다. 그이후엔 광학식 천체투영기로 투영된 별자리의 모습과은하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미세먼지가 적어서 더잘 보이는 거라고요. 광공해와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별 보기도 어렵다는 말이 참 씁쓸하게 들렸습니다.
그 뒤엔 주관측실로 갔습니다. 거대한 굴절망원경이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망원경의 대물렌즈 지름이 농구공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두근두근, 닫혀있던 원형돔이 열립니다. 이런 장면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아이들도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밤에는 주로 달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달 표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파인크레이터까지 생생하게 살아있고요 분화구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처럼 달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에서묘한 쾌감마저 느낍니다. 보조관측실에는 망원경 4대가설치되어 있습니다. 각각 특정한 행성이나 별을 관찰할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목성과 토성,쌍성을 번갈아 가며 들여다봅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실을 둘러보았습니다. 교실 정도 되는크기에 우주와 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태양계 모형을 비롯해 우주의 신비한 현상들이 그림과 모니터를 통해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중력의 차이에 따라 행성마다 달라지는 몸무게를잴 수 있는 저울도 있고요. 아이들을 위한 모션인식 게임도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낭만적인 장소가 있다니요. 아이들 방과 후 또는 퇴근 무렵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책 겸별을 보기 좋은 곳 같습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모두 기진맥진할 정도로 지쳐있었습니다. 결국 소파며 침대 여기저기 드러눕고 말았죠. 그래서 저녁은 치킨을 배달시키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습니다. 창밖에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반짝이는 갑천 엑스포다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치킨도 잠시 잊고 야경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과학이라는 테마 하나만으로도 대전의 볼거리는 무궁무진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특별한 경험과 감동을 주고 싶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우리 아이들도 느꼈을까요?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이들을 보며, ‘너희도, 우리도, 한뼘 더 성장했구나’ 깨닫습니다.
- 대전시민천문대
- 유성구 과학로 213-48 대전시민천문대
- 042-863-8763
요즘 아이들은 말 그대로 스마트폰을 달고 살죠.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쪼그만 녀석이 엄마, 아빠 스마트폰을 차지하지 못해서 안달입니다.‘보여주지 말아야지’ 항상 다짐하면서도, 손에 쥐여 주기만 하면 어느새 조용해지니 우리 부부에게도 양날의 ‘육아템’인 셈이에요.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에게서 스마트폰을 떼어낼 수 있을까? 오랜 고민 끝에 찾은 정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자연과 가까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그리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것입니다. 밖으로 나간 우리 가족이 보내는 하루의 풍경은 피톤치드를 가득 머금은 숲에서 시작합니다
- 보문산 숲치유센터
- 대전목재문화체험장
- 사정골식물원
- 사정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
스토리텔링
여행준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숲이라 해도 예약이 필수인 곳이있습니다. 보문산 숲치유센터와 대전목재문화체험장이그러한데요.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인원수가제한되기 때문이죠. 늦기 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을 완료합니다. 또 보문산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도 있어요. 물론 장비 대여가 가능하지만, 아이의 인라인스케이트와 장갑, 헬멧은 따로 챙겨둡니다. 이 외에는 별다른준비물이 필요 없습니다. 자연이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놨기 때문이죠. 그저 아이와 함께 숲속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일만 남았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으로 향한 지 1시간이 좀 지났을까요.잠시 여행의 피로도 덜고 즐거움을 채울 수 있는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휴게소는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입니다. 고소한 버터 향에 달콤 짭조름한 알감자와 아이가 매번 노래를 부르는 소떡소떡. 그리고 휴게소 간식 중 빼놓을 수 없는 호두과자까지. 기분도 업!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랄까요. 배도 두둑이 채웠으니 이제 열심히 달릴 일만 남았네요.
코스 소개
아이와 숲에서 나누는 행복한 교감
아이가 클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우리 부부는 이럴 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다양하고신기한 것들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자, 주말마다 쉴 새없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숲’은 처음이에요.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보문산 숲치유센터입니다. 대전시 중심부 남쪽에 솟은 산인 보문산(457.6m)은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해서 ‘보물산’으로 불려오다가 보문산이됐다고 해요. 오늘 이곳에서 숲 해설가님과 함께 숲을탐방할 계획입니다. 여섯 살인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친구들 다섯 명이 함께요!
오감을 통해 숲의 모든 것을 직접 느껴보는 숲 체험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피톤치드가 뭔지 알고 있나요? 바로 숲에 사는 크고 작은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내뿜는 살균물질이에요. 하루 중 오전에 가장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요. 지금이 오전 10시죠? 이 시간이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시간이에요. 피톤치드가 우리 몸에 닿으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건강해져요.”
얼마나 걸었을까요? 바람 한 점 없는 숲속의 따뜻함에절로 겉옷을 벗게 됩니다. 어느새 사방이 고요해지고,‘바스락 바스락’ 낙엽을 짓밟는 소리와 바싹 말라붙은 잔가지가 ‘뚝 뚝’ 부러지는 소리가 늦가을의 운치를 더합니다. 숲 해설가님이 아이들에게 보문산에 있는 식물과 동물들을 소개해줍니다. 갈참나무,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등 가을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나무와 열매를 비롯해 하얀 구절초와 노란 금계국, 보라색 잔잔한 산 박하등 아름다운 가을 야생화, 그리고 겨울잠에 들어가는 개구리 같은 다양한 생물들이요. 아이들은 역시나 쉬지 않고 질문을 이어갑니다.
숲에서는 모든 곳이 놀이터가 됩니다. 두툼한 나무껍질을 만져보고, 커다란 나뭇잎을 주워 엽서도 만듭니다. 맨손으로 땅을 파서 지렁이도 보고요. 그렇게 숲속에서 자신만의 장난감을 찾아냅니다. 한참을 놀다가, 숲 해설가님이 한 가지 놀이를 제안합니다. “우리 곧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를 위해 ‘다람쥐 밥상’을 차려볼까요? 우리처럼 골고루 먹어야 다람쥐도 건강해져요. 다양한 열매와 잎들을 찾아보세요.” 아이들은 분주하게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도토리와 솔방울, 이름 모를 열매와 알록달록나뭇잎을 주워 옵니다. 엄마, 아빠도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젓가락과 숟가락이 되어 줄 곧고 예쁜 잔가지를찾아 열심히 돌아다닙니다.
또 다른 놀이로, 추운 겨울날 먹이를 찾기 어려운 산새들을 위한 ‘땅콩 조각 숨기기’도 합니다. 솔방울 틈과 나뭇가지 사이사이, 송진이 타고 흐르는 나무 기둥에, 고사리손들이 땅콩 숨기기에 바쁩니다. 올겨울, 배고픈 산새들이 잘 찾아와 먹겠지요?
숲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자주 경험하지 못했을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숲을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체험교육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숲에서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뛰놀고, 지나는 계절을 느껴보았던 오늘 하루, 아이들도 오래오래 기억해주겠죠?
- 보문산 숲치유센터
- 중구 보문산공원로 440
- 042-270-7878
보고, 듣고, 만지고, 즐기고!
숲 체험을 마치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대전목재문화체험장을 찾아갔습니다. 보문산 숲치유센터와 거리도 아주 가깝습니다. 고개를 들면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1, 2층으로 된 대전목재문화체험장 건물은 공간 분리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왼편에는 나무상상놀이터가 자리하고, 사무실이 있는 오른편에는 전시실, 목공체험실, 숲향기방이, 건물밖에는 야외놀이터, 숲속 음악당, 야외쉼터 등이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수많은 파랑새를 따라 2층 전시실로 올라갑니다. 숲향기방 팻말이 보이네요. 상쾌한 나무 향기로가득한 이곳엔 솔방울과 동글동글한 나무칩이 한 곳에가득 모여있고요. 한 편에는 목공 강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칙칙’ 로즈마리 향, 파인(소나무) 향 등 옷에 뿌리는 천연 스프레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엄마,저것 봐” 아이가 뱅글뱅글 도는 나비가 그려진 나무 모빌을 가리킵니다.
복도를 따라가면 목공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목공체험실이 있습니다. 아동반, 초급반, 중급반, 전문반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막 수업이 끝난 아동반 강의실을 잠시 둘러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강의실엔 아이들키에 맞춘 나무 책상과 의자가 귀엽게 놓여 있습니다.우리집 꼬맹이는 제 자리도 아닌데 얼른 가서 앉아보네요. 수납장에는 알록달록 사인펜과 색연필, 물감들이 있고요. 아이들이 나무로 만든 공룡과 바퀴 달린 자동차,기차가 전시되어 있네요.
체험실을 나와 반대쪽 복도로 이동하면 1층 영상체험실이 내려다보입니다. 후다닥 내려가 봅니다. 이곳은 1월부터 12월까지를 각각의 테마로 꾸며놓았습니다. ‘2월,보문산에 꿈나무를 심어요’ 앞에 멈춰 섭니다. 영상을 통해 나무를 심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요. 직접 나무에 색도 입혀주고, 이름도 입력하면 내가 심은 씨앗이싹트고 나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천국 ‘나무상상놀이터’로 이동합니다. 이곳은 7세 이하 미취학 영유아만 입장이 가능한곳입니다. 보호자 2인까지는 무료입장이라, 아이만 1인5,000원 요금을 내고 입장했어요.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세상에 숲속 키즈카페가 여기 있었네요. 커다란 나무 미끄럼틀과 볼풀장, 갖가지 나무로 된 놀이시설들이1층에 자리하고요. 2층은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아이는 어느새 나무로 된 말에 올라타 흔들흔들, 그러다 나무 낚시대를 손에 쥐고 물고기를 잡고요. 바구니를 들고 와 시장 놀이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한바탕 놀았더니 어느새 허기가 집니다. 오늘 점심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이 ‘보리밥’입니다. 차를타고 올라오는 길 양옆으로 보리밥을 파는 식당들이 꽤많이 눈에 뜨였더랬죠. 건강한 보리밥 한 상 먹으러 식당에 들어섭니다. 1인분에 5,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합니다. 돈나물과 무생채, 각종 나물, 그리고 비지와 된장찌개까지.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어 방울 떨어뜨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면 더없이 맛있는보리밥이 완성됩니다.
- 대전목재문화체험장
- 중구 보문산공원로 442
- 042-254-4565
초록초록, 숲속 보물창고 열렸네
수십 년 역사를 가진 보문산 자락의 ‘사정공원’으로 갑니다. 그 역사의 깊이만큼이나 숲이 우거지고 산이 깊은데요.산길 2차로이기 때문에 저속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주차장이 나타납니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사정공원이시작됩니다. 여기서 1, 2분 정도 더 올라가면 오른편에 또다른 넓은 주차장과 돔 형태의 작은 식물원이 나타납니다.
알록달록 물든 가을 숲이 품은 또 하나의 숲이라니···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도, 이곳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관람객 모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띄게 차가워진 바깥공기에 못다 누린 따스한 햇볕을 이곳에서 선물 받는 기분이거든요. 그렇게 나른해질 찰나에 싱그러운 풀내음이코끝을 간질이고, 습한 기운이 훅~ 온 몸을 감쌉니다.
얼른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제법 다양한 식물들이 모여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높은 천장에 닿을 만큼 거대하게 우거진 야자수 나무입니다. 온실 한가운데는 물론 열대우림을 연상케 하듯 곳곳에 식재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가장관심을 가진 식물은 식충식물로 알려진 ‘네펜데스’예요.“엄마 얘는 기다란 주머니 안에서 끈끈한 액체가 나와.곤충이 한 번 여기에 빠지면 나오질 못한대. 우리도 네펜데스 기르자!” 우리집 식물 박사님은 요즘 한창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을 키우는 중이라, 네펜데스 앞을 한동안 떠나질 못합니다. 이 밖에도 식물원에는 핑크빛 화려한 꽃대를 가진 화시아타와 초록색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 나무, 키 큰 선인장, 먼지 먹는 식물 틸란드시아 등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작은 식물원답게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눈길을 끕니다.몽글몽글 거품을 뿜으며 솟구치는 작은 분수와 쉼 없이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앙증맞고요. 누가 벗어놓고 간 걸까요? 찰흙으로 빚은 구두 한 켤레와 운동화 한 켤레가식물원 담을 타고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즐기는 인라인스케이트
실내에서 숲을 만끽했다면, 이젠 실내 스포츠를 즐기러가볼 차례입니다. 왔던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대전의공공체육시설 중 하나인 사정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이나옵니다. 1994년에 개장한 이곳은 대전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입장료 또한 매우 착합니다. 자신의 스케이트를 가져가면 입장료만 내고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는 제 것을 챙겨왔으니, 우리 부부만 대여소에서 장비를 대여합니다
롤러스케이트처럼 바퀴가 있지만 한 줄로 된 것이 바로인라인스케이트죠. 롤러스케이트를 한창 즐겼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마구마구 샘솟습니다. 그런데요. 세월이참 야속합니다. 오랜만에 타는 인라인스케이트에 제 다리는 후들후들, 엉거주춤, 한발 한발 움직이고요. 아빠는그나마 실력이 나은 편입니다. 아이는 넓은 인라인스케이트장을 보고 처음엔 살짝 긴장하는 듯 보였지만, 어느새 적응하여 쌩쌩 달리고 있고요.
스케이트장 안에는 부대시설로 휴게실과 출출한 배를 달래기에 딱 좋은 매점이 있습니다. 네모난 은박지 그릇에 끓여먹는 라면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그저 신이 났습니다.
단순히 구경하고 그치는 여행지가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탈 것을 마음껏 타는 그야말로 뻔한 것 말고, 펀(Fun)한 여행지입니다. 이곳에서 조심할 것은 단 하나, 다치지않는 것.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아이도 부모도 얼마든지신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 저물었습니다. 아이는 지쳤는지, 차에 타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동요도, 유튜브도 틀어줄 필요가 없어졌어요. 오랜만에 남편과 저, 오붓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합니다. 물론 대화는 ‘속닥속닥’입니다.
- 사정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
- 중구 사정공원로 160(사정동)
- 042-584-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