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전은 '노잼도시'로 통한다.
익선동 같은 핫플도, 밀면이나 돼지국밥 같은 먹킷리스트도 번뜩 떠오르지 않아서다. 그래서인지 대전 지역 동호회가 유난히 활발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그러나 핫플 불모지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100년 묵은 관사가 흉가처럼 남아있던 소제동 골목에서 말이다.
소제동은 대전역을 등지고 선 작은 동네다. 대동천 주변으로 낡은 집들이 수백 채나 깔려 있다. 일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시골집과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슬레이트 대신 석기와를 얹은 지붕과 가로 살을 넣은 창문이 독특하다. 필요 이상으로 길쭉한 건물도 눈에 띈다. 일제가 1920년대 대전역에서 근무하던 일본인 관료들을 위해 지은 주택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 남은 것 중 규모가 가장 큰 철도 관사촌으로,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낡은 골목 사이로 젊은 외지인이 드나든다. 일부 관사들이 깔끔한 밥집과 세련된 카페로 환골탈태했기 때문이다. 외관을 비롯해 지붕, 천정, 기둥 등 관사의 핵심 구조물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각 스폿마다 서로 다른 로컬 스토리와 개성을 품고 있다. 현재까지(2020년 2월 기준) 충청도 로컬 밥상을 선보이는 파운드와 양탕국을 재현한 관사촌커피,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나무밭을 가지고 있는 풍뉴가 등 열네 곳의 신상 맛집이 들어섰다.
무관심 속에 자칫 사라질 뻔한 소제동 관사촌에 마법을 부린 이는 익선동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낸 도시재생 전문 업체 익선다다다. 전 직원이 대전으로 내려와 소제동만의 정체성을 담아낼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아직은 인구 유입을 위해 상업공간을 조성하는 단계지만 향후 주거시설과 문화 공간을 확충해나간다는 계획이다.